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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음악노트

[38살 음대생활 일지 4편] 매력적인 여성은 새로운 여자?

허니파파87 2025. 3. 23.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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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생활일지 2편] 음악보다 더 조심스러운 것

"38살에 대학 간다고? 대단하네, 용기도 있어."

사람들은 격려해 줬지만,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준 건 아내였다.
"다녀와요, 여보. 음악 하고 싶었잖아. 지금이라도 해요."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진짜로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대학생이 되었고, 어색한 교정, 낯선 강의실, 그리고 반짝이는 젊은 얼굴들 사이에서 첫 주를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근데 있잖아, 나 사실 걱정되는 게 하나 있어."
"뭔데?"
"혹시… 다른 여자랑 눈 마주쳐서… 설레거나 그러는 거 아냐?"

잠깐 멈칫했다. 웃기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진심인 것 같았다.
"뭐야, 나를 그렇게 못 믿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잖아. 사람이니까. 상대가 예쁘고 안 예쁘고 그런 거랑 상관없이, 그냥 새로운 사람이니까…"

이 말이 묘하게 귀여웠다.
나를 보내 놓고, 이제 와서 살짝 질투도 나고, 걱정도 되는 그 마음.
그리고 동시에 나도 약간 공감이 됐다.

그렇다. 사람이 설레는 건 꼭 외모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느낌'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아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계속 새롭게 느낄 만한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손만 잡아도 떨리던 사이에서 편안하고 익숙한 관계가 되었고, 너무나도 당연한 사이가 되었다.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서로의 '옛사람'이 아닌, 매일 갱신되는 '새사람'이 되어야 한다. 관계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그래야 이 긴 여정 속에서도, 서로에게 계속 설레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한편으로, 지금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이 사람이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했던 그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다시금 떠올린다.

나를 믿고, 내 꿈을 밀어 주고,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한 아들을 낳아 주고, 아이를 함께 키우고, 매일 아침 나를 깨워 주는
그 모든 익숙한 일상의 조각들 속에
아무리 새로운 누군가가 스쳐 지나간다 해도
내 마음이 향할 단 한 사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아내뿐이다.


오늘도 악보를 넘기며 생각한다.
사랑도 음악도,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나의 아내는, 예술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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